
보통 책을 읽고 글로 남길 때, 그 시점은 책을 완전히 읽은 후가 일반적이다. 책을 다 읽었으니 나는 이러이러한 느낌이 있었고, 이러이러한 점이 공감이 되며, 이러이러한 것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라고 써내려 가기 시작하는데, 이번에 읽는 책은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나에겐 가끔 집에 방문해서는 잘 읽지도 않을 기독교 서적이나 마치 길에서 주운 듯한 잡지 등을 건네주고 가는, 술 잘 드시는 늙은 고모부가 있다. 늘상 찾아오셔서는 어차피 보지도 않을 책을 던져주시고 가셨는데, 이번에 전화해서 직접 부르시더니 김난도 저자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주셨다. 고모부께 받아본 책 중에서 그나마 읽어보고싶었던 책이었고,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나는 독서를 바로 시작했다. 나는 슬럼프도 아니었고, 나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힘들어하고있지도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반가운 책을 만나 독서량을 늘리는 계기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더 빨리 읽고싶어졌고, 이 느낌을 더 빨리 정리하고싶어졌다.
문제는, 꽃에 대해서는 그렇게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으면서 자기 인생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춘들은 대부분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지금 방황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직한 자세는 화살과 종이배 사이 어디쯤 있을 것이다. 인생은 젊은 시절에 세워둔 목표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지도, 종이배처럼 세월의 물살에 이리저리 휩쓸려 얼토당토않은 지점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지향점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상황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저자는 청춘을 크게 화살과 종이배로 비유하였는데, 나는 화살처럼 쏜살같이 날아가다가 종이배처럼 떠다니는 듯하다. 어쩌면 대학원 마지막 학기의 나태함과, 전문연구요원 구직 후 3년까지는 군대와 같으니 대충해도 지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교차한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당신 10년 뒤에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답한 것과 지금 내가 다시 생각하는 “내가 1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답이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명확하고 뚜렷하고 확고했던 나의 꿈이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모호해진 것 같다.
지금 계획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조바심은 내려놓고 미래설계의 문을 한 뼘쯤은 열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점도 경고한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계획대로만 사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때 그 때 좌절하는 대신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잡으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나의 선택들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좌절을 느끼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나태해져 있었다. 그리고 큰 밑그림도 잃어버렸다. 자동차 레이싱에서 말하는 강력한 Shift-Down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나의 상황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반갑다. 나를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게 인도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을 계속 읽으며 현실의 문제에 대해 조급함을 느끼지도, 좌절하지도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내용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